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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 관심창고/출산육아방

엄마가 되기 전에는..

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

- 류시화 -


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

언제나 식기전에 밥을 먹었었다

얼룩묻은 옷을 입은적도 없었고

전화로 조용히 대화를 나눌 시간이 있었다

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

원하는 만큼 잠을 잘 수 있었고

늦도록 책을 읽을 수 있었다

날마다 머리를 빗고 화장을했다

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

어떤 풀에 독이 있는지 신경쓰지 않았었다

예방주사에 대해선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

누가 나한테 토하고 내 급소를 때리고

침을 뱉고 머리카락을 잡아 당기고

이빨로 깨물고 오줌을 싸고

손가락으로 나를 꼬집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

엄마가 되기 전에는

마음을 잘 다스릴 수 있었다

내 생각과 몸까지도

울부짖는 아이를 두 팔로 눌러

의사가 진찰을 하거나

주사를 놓게 한 적이 없었다

눈물어린 눈을 보면서함께 운 적이 없었다

단순한 웃음에도 그토록 기뻐한 적이 없었다

잠든 아이를 보며 새벽까지 깨어 있었던 적이 없었 다

아이가 깰까봐 언제까지나

두 팔에 안고 있었던 적이 없었다

아이가 아플 때 대신 아파줄 수가 없어서

가슴이 찢어진 적이 없었다

그토록 작은 존재가 그토록 많이

내 삶에 영향을 미칠 줄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

내가 누군가를 그토록 사랑하게 될 줄

결코 알지 못했었다

내 자신이 엄마가 되는 것을

그토록 행복하게 여길 줄 미처 알지 못했었다

내 몸 밖에 또 다른 나의 심장을 갖는 것이

어떤 기분일지 몰랐었다

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것이

얼마나 특별한 감정인지 몰랐었다

한 아이의 엄마가 되는

그 기쁨, 그 가슴 아픔, 그 경이로움, 그 성취감을

결코 알지 못했었다

그토록 많은 감정들을

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...

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.